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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의 규제는 인터넷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돈을 주고 산 시디에서 엠피3 파일을 만들어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쓰는 게 왜 규제되어야 하는가?

좋은 글을 퍼옴으로써 지식·문화가 확산되고 여론을 형성해 왔던 인터넷 문화가 간단히 폐기되어도 좋은 것일까?

지난 1월16일, 가수나 연주자 등 실연자와 음반 제작자에게 전송권을 주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법이 발효되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누리꾼(네티즌)들이 당황하고 분노하고 있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배경음악을 깔거나 블로그에 가사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올려놓거나, 기사나 다른 사람의 좋은 글을 ‘펌질’하는 등 기존에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 금지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가 공지한 대로 이번 개정에 의해서 새롭게 불법이 된 것은 없다. 법 개정 이전에도 저작권자의 전송권은 인정되었으며, 인접권자 역시 복제권 등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여전히 문제는 이용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바로 그 원인에 있다. 문화부와 음반 제작자들은 “이제 이용자들의 저작권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점잖게 충고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정작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사람들은 문화부와 저작권자, 저작 인접권자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게시판에 올려놓지 않고 시 동호회가 운영 가능하다고 이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의 블로그에서 음악에 대한 평을 하더라도 노래 가사를 보여주거나 음악을 들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환경 뉴스를 퍼다가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인가? 문화는 개별적으로 구매해서 소비하는 상품일 뿐, 사람들이 서로 교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정 문화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인가.

저작권법의 규제는 일반인들의 상식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화와 지식의 확산이라는 인터넷의 생명력도 갉아먹는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시디에서 엠피3(MP3) 파일을 만들어 내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만드는 것이 왜 규제되어야 하는가?

링크는 인터넷의 핵심인데(인터넷 문서는 HTML 문서, 곧 하이퍼 텍스트 문서가 기반이다), 말 그대로 어떤 것을 가리키는 링크까지 저작권으로 규제하는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또한 좋은 글을 퍼갈 때마다 일일이 허락을 맡아야 한다면 누가 그런 일을 하게 될까?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자기 표현을 하고, 좋은 글을 퍼옴으로써 지식·문화가 확산되고 여론을 형성해 왔던 인터넷의 문화가 이렇게 간단히 폐기되어도 좋은 것일까?

블로그에 배경 음악을 깔고 다른 글을 퍼오고 시에 대한 평을 하는 것은 개인들의 자기 표현이자 문화적 교류다. 만일 저작권이 이런 행위를 금지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저작권이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국가보안법보다 더 가혹하게 사람들의 일상적인 표현과 소통을 규제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부와 저작권, 저작인접권자들에게 인터넷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저 시장일 뿐이다.

문화적 표현과 교류가 없는 황무지에서 몇몇 톱가수들이 ‘한류’를 형성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회 전반적인 문화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저작권 사냥꾼’들도 날뛰고 있다고 하는데, 어린아이들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문화부는 저작권이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의 보호’가 ‘공정한 이용’과 균형을 맞춰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 아니면 문화상품부로 이름을 바꾸든지.

-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comments 1

  1. author
    12월에*비*

    2005.02.01 09:55

    조만간 이 곳에 음악(음악은 이미 철수...)과 좋은 글을 볼 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블로그 형태의 미니홈페이지에 밀려서 가뜩이나 기를 펴지 못했던 개인 홈페이지들이 더더욱 위축을 받을 것입니다.
    창작을 한 사람들에게 권리와 이익이 돌아가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과연?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익이 반영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은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말 실질적으로 창작자에게 권리와 이익이 돌아간다면 저렇게 복잡한 법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구태의연한 음반계의 시스템은 수정하지 않은 채 사용자들에게 강요만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유럽에도 MP3는 있습니다.
    현재 그 곳에서도 음반이 불황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처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음반업계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려움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자기들은 죽겠다고 땡깡을 부립니다.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자들의 외면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과연 새로운 저작권법이 음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위 글에도 언급했듯이 무고하게 어린아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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